Envisioning the Dark Side of the Moon

Seo Moon Seop

달의 뒷면을 마주하는 상상: 서문섭의 ‘Bit-Scape’

일상에서 쉽게 마주치는 형상, 우리가 자명하게 알고 있다고 여기는 물질은 보는 이에게 안정감과 안락함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들은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의 풍경 속에서 뾰족하게 드러나지 못한 채 그저 흐릿하게 뒤덮여 버리기도 한다. 서문섭의 ‘Bit-Scape’ 시리즈는 가장 먼저 생경한 형상으로 일상을 비집고 나오며 관람자를 사로잡는다. 그의 작품은 매끄러운 속성을 지닌 세라믹으로 제작되었음에도 비정형의 형태, 거칠고 투박한 표면을 드러내며 몹시 조각적인 인상을 자아낸다. 반면 ‘Vase & Candle Holder Collection’이라는 이름이 뜻하는 대로 이 작업들이 특정한 기능성, 이를테면 화병이나 촛대로 활용됨을 고려한다면 이를 조각적인 ‘공예’로 칭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작품은 실용성만을 추구하여 효율적인 형태를 취하거나 혹은 심미성에만 몰두하여 공예가 갖추어야 할 기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문섭은 이처럼 조각과 공예, 순수예술과 디자인, 나아가 동양의 전통 공예와 동시대 현대 미술의 사이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예술이라는 거대한 범주 속에서 종종 장르와 매체를 구분하는 경계는 견고한 ‘선’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오늘, 이곳에서는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서문섭의 작업을 살펴보며 이 회색 영역을 ‘면’의 형태로, 그리고 자유로이 이동이 허락된 투과 가능한 모습으로 생각해 보기를 제안한다. 회색 영역 속 서문섭의 작업적 실천은 순수예술과 공예, 공학과 예술을 교차하며 이원론적 구도에 균열을 일으킨다.

Envisioning an Encounter with the Dark Side of the Moon: Seo Moon Seop’s Bit-scape

When we encounter objects that are very common in daily life or when we come in contact with materials that we deem to know thoroughly, we gain security and comfort from them. Conversely, this also means that such things or matters never achieve any conspicuous presence in the scenery of our rapidly-passing everyday life and dissolve into a blurry whole. In this sense, Seo Moon Seop’s Bit-Scape series has the power to behold the viewer because its entirely uncanny forms and shapes cut through everyday life’s fabric of familiarity. His works, albeit made with ceramic — a material characterized by having impeccable, sleek surfaces — feature aberrant shapes and rough, crude surfaces that strike the viewer with an astonishingly sculptural impression. On the other hand, if we take Seo’s title for the series — Vase & Candle Holder Collection — literally and consider how the works in the series could, indeed, be used as flower vases or candle holders, the works in the series could be seen as sculptural craftworks. Yet, Seo does not let his works simply become efficient shapes that prioritize utility too much. But, at the same time, he always remains faithful to the essence of craft and never sacrifices the functionality of the piece in preference of aesthetics. Based in Eindhoven, Netherlands, Seo builds upon such works to gradually secure his own territory between various opposites: sculpture vs. craft, fine art vs. design, and East Asian traditional craft vs. Western contemporary art.

In the broad spectrum of art, the boundary between genres and mediums is sometimes treated as concrete lines. But, for today, as we are about to review Seo’s works — which freely traverse such borders — I propose we view the boundaries as grey-colored planes rather than lines and as something porous or permeable that can be traveled through at will. Seo’s artistic realizations exist in such grey realms, crisscrossing opposites such as fine art vs. craft and mechanics vs. artistry and opening fissures in the dichotomic view of the universe.

Vase L Collections, Ceramics, 47x21x8cm, 2023

하나의 모듈이 조형물이 되기까지

‘Bit-scape’ 시리즈의 독특한 조형성과 추상성이 어떻게 발현되었는지를 다루기에 앞서, 그것이 어떠한 방법으로 제작되었는지를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주로 세라믹을 매체로 한 작업은 다회 제작을 위해 몰드 캐스팅 방식으로 만들어지거나, 소조하듯 쌓아 올리는 핸드 빌드를 통해 단 하나의 고유한 형태를 획득한다. 서문섭은 이 두 가지 제작 방식 중 어느 한 가지 만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듈화-체계화를 통해 다회 제작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도, 독특하고 재현 불가능한 형태를 빚어낸다.

서문섭은 몰드 캐스팅 기법을 활용하는 동시에 복잡하고 고유한 형태의 작품을 제작하고자 여러 기법적인 실험을 진행한다. 예컨대, 그는 육면체 모양의 블록을 하나의 최소 단위(bit)로 보고 마치 블록 쌓기를 하듯 몰드의 형태를 구축해 나간다. 그 후 흙물을 부어 넣어 굳힌 뒤 가마에서 굽는다. 그렇게 제작된 작업들은 비트 단위의 각진 표면을 가지는 한편, 다시 재현할 수 없는 고유한 미감을 가지기도 한다.

학부에서 공학(Engineering)과 디자인을 전공한 서문섭은 작업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공학적인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세라믹을 주요한 재료로 활용하면서도 비트 단위의 모듈화 방식을 택한 것 역시 공학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진행한 실험의 연장선이다. 그는 관념적인 심상이나 자연물 등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이미지의 형태를 모듈형 몰드를 거쳐 제작한다. 이미지를 구현하기에 앞서 모듈을 구축해가는 과정에서도 그의 실험적인 태도가 반영된다. “머릿속으로 만들고 싶은 형상이 있을 때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테크닉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마치 함수와 같이 결과물의 형상을 예측하고 블록의 크기를 조정하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다. 그의 기법적인 실험은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다채로운 형상으로 발현되며, 결과물 만큼이나 지난한 설계와 실험의 프로세스가 중요한 개념으로 작동한다.

<Bit-scape>의 시리즈명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작가는 정보량의 최소 기본 단위를 뜻하는 비트(bit) 단위로 일상의 풍경(-scape)을 번역한다. 블록 단위의 모듈을 사용하여 제작된 이미지의 형상은 필연적으로 유기체적인 단위의 디테일을 소실한다. 가령 관념적으로 아주 작은 블록을 제작하여 몰드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손으로 블록을 만든다’는 행위 자체가 신체가 감각할 수 있는 수준의 볼륨이라는 점에서, 실제 (세포 단위의) 유기체적 특징을 일대일로 완벽하게 옮겨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점에서 서문섭의 번역 프로세스는 추상화의 과정이기도 하다.

한편, 블록으로 치환된 형상은 컴퓨터 화면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을 연상시킨다. 예술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것들이 디지털화되어 스크린 너머의 영역에서 변환되고 재생성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거꾸로 현실에 발을 붙인 채 스크린 너머 이진수의 세계를 인지하는 시각으로 물질성을 옮겨온 뒤 덩어리감을 부여하는 서문섭의 행위는 인공물을 자연물로, 디지털 세계를 물리적인 세계로 변환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손안에서부터 거리의 전광판까지, 수많은 스크린에 둘러싸여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열화한 화소로의 번역 작업은 역설적으로 일종의 디지털 노스탤지어를 유발한다.

From a Module to a Work of Sculpture

Before going into the proprietary sculpturality and abstractness of the Bit-scape series, I would first like to describe the manufacturing process behind the stage. There aree. However, instead of choosing either one of the two approaches, Seo has combined the two through modulization and systemization to construct a practice that allows him to produce multiple copies and still achieve unique and inimitable shapes.

In spite of using molding and casting, Seo achieves complex and singular shapes in his works by conducting a wide array of technical experiments. For instance, he views the cube-shaped block in his works as his base unit (or bit) and constructs his mold as if he were making a stack out of building blocks. Then, he pours into his mold and fires the work in a kiln. This set of procedures allows Seo to give his works the flat surfaces particular to the cube-shaped bit-unit and simultaneously bestow unique aesthetic properties that cannot be repeated twice.

Having majored in engineering and design as an undergraduate student, Seo proactively applies structures of engineering all across his studio practice. For instance, despite selecting ceramics as his chief medium, Seo employed the bit-unit-based modularization as his method, and this peculiar combination also extended from the numerous experiments he carried out under the mindset of an engineer. Seo conjures the images he aims to produce, such as ideological imagery and natural objects, through his modular mold-making, and his experimental mindset is also reflected when he puts the modules together, a step that takes place before he starts working on the shape he imagined. “I wish there was a technique that could directly reproduce whatever shape I visualize in my brain into real life,” says Seo, and indeed, he goes through countless trials and errors as if he were using a mathematical function to manufacture his works, constantly adjusting the size of his blocks and trying to predict the shape of his outcome. As Seo moves on from one series to the next, his accumulated technical experiments bear evermore complex and intricate shapes. , it is important to note that Seo’s laborious planning and experimental processes are just as important to him as the final works he produces.

As implied in the title of the series — Bit-scape — Seo translates everyday life landscapes using the bit as his base unit. Yet, because Seo creates his works using cube-shaped modules, the works lack the details an organic unit might have. For instance, even if he were making molds with the smallest imaginable cubes, the condition of “handcrafted cubes” necessitates that these are at least big enough to be felt by the hand, and such a size makes it impossible for him to fully translate the characteristics of actual organisms (or cellular beings). In this sense, Seo’s translation procedure is also a process of abstraction.

On the other hand, Seo’s works re-rendering shapes into cubes are reminiscent of the pixel, the base unit of digital images. In our modern society that digitalizes almost everything — including art — converting various objects into images regenerated behind the screens, Seo takes the opposite approach. Working from a vantage point firmly rooted in reality, he accesses the world of binary numerals inside the screens, transfers the materiality of its objects into the real world, and bestows physicality on them. In turn, Seo’s studio practice is an attempt to turn the artificial into the natural or the digital world into the physical world. Although we live our everyday lives with countless screens — from within our palms to digital signages on the streets — Seo’s act of translating objects into degraded pixels somehow ironically incites a nostalgia for the digital.

Candle holder Special Collection, Ceramics, Variable Size, 2023

당연한 것들의 이면, 세상의 나머지를 상상하는 눈

때때로 우리는 우리가 보고 있는 사물들이 너무나 당연한 나머지 세상에서 그것을 뺀 나머지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는다. 이를테면 달의 위상 변화와 같이 늘 밤하늘에 보이는 사물이 눈에 띄게 변화해가는 모습에는 즉각적인 반응을 하지만 언제나 달의 뒷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블록 단위의 몰드를 쌓아 올려 조형물을 캐스팅하는 서문섭의 작업은 반드시 내가 만들고자 하는 것의 반전된 형태를 상상할 수 있어야만 실현이 가능하다. 우리에게 익숙하기만 한 결과물로서의 이미지 너머, 그것의 반대편을 떠올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다. 제작을 위한 네거티브로서의 몰드와 포지티브에 해당하는 결과물을 합쳤을 때 결국 그것은 나머지를 포함한 하나의 전체가 된다. 이는 작업의 이면인 네거티브에서 출발하는 프로세스가 결국 전체를 상상하는 행위임을 함의한다.

전체를 상상하는 태도는 작업 그 자체를 벗어나 작업이 놓일 공간, 나아가 그것을 감상하는 관객의 경험까지도 염두에 둔다. “자연과 점점 멀어진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자연보다 아름다운 무언가를 창조하려는 어려운 도전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감사, 그리고 마법 같은 경험, 그리고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통로를 만들어 현실과 연결하고 싶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서문섭의 작업은 일상과 세상을 연결하는 하나의  “통로”로서 작동한다. 익숙한 재료가 만드는 생경한 풍경은 보이는 것 이면의 존재를 상상하게 만들며 현실에 작은 균열을 만들어낸다. 그의 작업이 매개하는 통로 속에서 우리는 나를 뺀 남은 것들에 대해 시선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튀어나온 것과 움푹 들어간 것, 드러난 것과 감춰진 것, 당연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를 가로지르며, 서문섭의 작업은 달의 뒷면과 같이 존재하지만 쉬이 마주할 수 없는 가려진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곳에서 우리는 그동안 잊고 있던 하나 된 조화로운 세상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규식(서울시립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학예연구사)

The Flipside of Familiar Things, the Eye Imagining the Rest of the World

At times, we take familiar objects so much for granted that we stop trying to think what the world might look like without them. For instance, we respond immediately to the moon’s phase changes because it is always visible to us in the night sky, but we hardly ever talk about its dark side. As examined above, Seo’s studio practice of stacking cube-shaped units into a mold requires the artist to think in reverse and imagine the final product in terms of inverted images. We are used to perceiving objects exactly as they are, so visualizing a final product by its opposite shape is never an easy procedure. While the mold is the negative that allows the manufacturing to happen and the work is the positive as the end product, they are a full entity when combined. In other words, although Seo’s studio practice begins by drafting the negative shape, the implication is that he always imagines the whole.

The attitude of imagining the world as a full entity allows him to think beyond his artwork itself and also consider the exhibition space and the experience the visitors will have. Seo says, “In a world where our lives are forever furthering away from nature, instead of the incredible challenge of trying to create something more beautiful than nature itself, I rather decided that I would use my works to express my gratitude to the things that already exist in our world, provide magical experiences, and connect to reality by creating tunnels that could invoke imagination.” And his works do exactly what he says; they are the tunnels that connect daily life with the rest of the world. When visitors face uncanny scenes created with very familiar materials, they are urged to imagine the flipside of the visible world, which leads to creating small crevices in reality. And, inside the tunnels opened by his works, we might be able to turn our attention to the rest of the world outside of ourselves. Seo’s works traverse various opposites, such as protrusion vs. cavity, exposed vs. hidden, and universal vs. extraordinary, and invite us to a world like the dark side of the moon, a place that undoubtedly exists but not something we could easily meet. There, we might be able to encounter the world as a unified whole, a concept we have forgotten all this time.

Gyusik Lee (Curator, SeMA Nanji Residency)

Vase L Collections, Ceramics, 45x31x8cm,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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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

학력

2021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

 

주요전시

2023 Re-Collectible (MDW23), Rossana Orlandi Gallery, 밀라노

Food, Design Museum Holon, 홀론

Healing Water, Z33, 하셀트

Magnatic Moment, Kazerne, 아인트호벤
2022

Expedition Æqualis, Dutch Invertuals, 아인트호벤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2022, Mint Gallery, 런던

Multitożsamość, Gdynia Design Days, 그디니아
Re-Collectible(MDW22), Rossana Orlandi Gallery, 밀라노
Inter-generational Gradation show(MDW22),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 밀라노

The Circle, Makk Museum of Applied Art Colgone, 쾰른

2021

GS21 Design Academy Eindhoven Graduation Show, DDW21, 아인트호벤

Objects for new kind of Society, Dutch Invertuals, 아인트호벤

2020

Dutch Artists in Arita, Group exhibition Saga-Uni Arita-Campus, 아리타

2019

DAE Ceramic exhibition, Group exhibition Ceramic work, 아인트호벤

2018

The Secret life of Materials, Group exhibition Glass work, 빌덴스톰, 아인트호벤

2016

Type Scape, 삼원갤러리, 서울

2014

Break Away, 더 갤러리, 서울

First Step 개인전, Hug-in 갤러리, 서울

EDUCATION

2021 Graduated Cum Laude from the Design Academy Eindhoven

 

SELECTED EXHIBITIONS

2023 Re-Collectible (MDW23), Rossana Orlandi Gallery, Milan

Food, Design Museum Holon, Holon

Healing Water, Z33, Hasselt

Magnatic Moment, Kazerne, Eindhoven
2022

Expedition Æqualis, Dutch Invertuals, Eindhoven

London Design Festival 2022, Mint Gallery, London

Multitożsamość, Gdynia Design Days,

Gdynia

Re-Collectible(MDW22), Rossana Orlandi Gallery, Milan
Inter-generational Gradation show(MDW22), Design Academy Eindhoven, Milan

The Circle, Makk Museum of Applied Art Colgone, Colgone

2021

GS21 Design Academy Eindhoven Graduation Show, DDW21, Eindhoven

Objects for new kind of Society, Dutch Invertuals, Eindhoven

2020

Dutch Artists in Arita, Group exhibition Saga-Uni Arita-Campus, Arita

2019

DAE Ceramic exhibition, Group exhibition Ceramic work, Eindhoven

2018

The Secret life of Materials, Group exhibition Glass work, Beeldenstorm, Eindhoven

2016

Type Scape, Samwon Paper Gallery, Seoul

2014

Break Away, the Gallery, Seoul

First Step Solo Exhibition, Hug-in Gallery,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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