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a of the Present, Memories of Tomorrow

김시몽
전시종료
2026. june.4 - 2026. July.9

나는 화가인 아버지 아래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그늘 속에서 살아가기를 거부했다. 그렇게 애초부터 나는 그의 유산으로부터 거리를 두고자 했다. 그런 면에서 회화라는 영역은 내가 감히 다가갈 수 없는 그 만의 영역으로 여겨졌기에, 오히려 나만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벗어나야 할 대상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철학과 문학으로 방향을 틀었고, 언어와 사유의 형식을 탐구하며 분석, 서사, 추상에 기반한 세계 인식을 구축해 나갔다.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이 있었다. 더 이상 그의 손에 의해 채워지지 않을 빈 캔버스들과 마주했을 때, 나는 그것들에 다가가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 순간부터, 회화는 하나의 부름이자 정복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나는 사막 한가운데서 샘을 발견한 갈증에 시달린 사람처럼, 강렬한 몰입으로 회화에 뛰어들었다.

나의 작업은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시간에 대한 사유 속에 자리한다. 이러한 시간의 중첩은 시간에 의해 훼손된 프레스코화와 유사한 회화적 처리로 나타나며, 화면은 닳고 벗겨지면서 이미지 아래에 또 다른 층위가 존재함을 드러낸다.

나의 작업에 바탕이 된 미학에 대하여 설명을 덧붙이자면, 사울 라이터(Saul Leiter)와 윌리엄 에글스턴(William Eggleston)의 사진 세계와 언밀한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특정 시대의 색채와 필터(라이터의 1950–60년대, 에글스턴의 1970–80년대)가 반영된 일상적 현실의 포착이 현대적 소재와 미묘한 긴장을 이루며 시선을 확산된 내면성으로 이동시키는 바로 그 부분이다.

내가 그리는 인물들은 역설적으로 기술에 의해 생산된 동시대적 고독을 체현한다. 스마트폰에 몰두한 채, 그들은 이미지의 흐름 속에 용해되어 즉각적인 세계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스크롤하고, 촬영하고, 셀피를 찍는 반복적인 행위들은 세계 속에서의 실재적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는, 오히려 그 부재를 메우려는 시도로 나타난다.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있을 때조차, 그들은 몽상하거나 잠든 상태로,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결핍되는 경험

바로 이 지점에서 내 작업의 핵심적 차원인 ‘노스탤지어’가 개입한다. 그것은 단순한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현재의 재현 자체를 침투한다. 인물들의 몸짓은 역설적으로 결핍을 드러낸다. 즉, 진정으로 살아낸 순간들, 현실의 시적 밀도, 그리고 오늘날 위협받고 있는 경험의 깊이에 대한 결핍이다. 노스탤지어는 더 이상 과거에 대한 회한이 아니라, 빈곤해진 현재의 징후이자, 다른 방식으로 꿈꾸어진 현재의 가능성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회화는 동시에 이러한 상황을 전환시키고 하나의 저항의 공간을 열어준다. 나는 기술적 매개 없이 몸과 시선이 만나는 상호작용, 친밀함, 진정성 있는 순간들을 포착하고자 한다. 이러한 장면들과 더불어, 자연의 침묵 속에서 내면의 고독과 공명하는 사막적 풍경들이 등장한다. 이 공간들은 단순한 부재의 장소가 아니라, 여전히 어떤 형태의 존재를 감각할 수 있는 민감한 표면으로 기능한다.

나의 작업은 이처럼 긴장 속에서 전개된다. 과잉과 결핍 사이, 경험의 빈곤화와 현실의 시적 가능성 사이에서.

김시몽 SIMO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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