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Sung Ok, Warmth, 2024

Park Sung Ok
OKNP (Published by OKNP)
Designed by Studio BeOnWho
2023
40 pages
210 x 285 mm

그림 그릴 때
생각을 담는다기보다,
오히려 비워내고 무(無)를 향해서 가는 느낌이다.
왜 애를 써서 무를 향해 가는지 헷갈릴 때도 있지만,
확실한 건 그림을 그릴 때는 잡생각이 없어지고 개운해진다.
– 박성옥 작가노트 中 –

오케이앤피(OKNP, 부산)는 12월 28일부터 1월 21일까지 박성옥(Sungok Park, 1981~)의 개인전 <온기>을 개최해 30여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박성옥은 밀도감 있는 검은 연필 작업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박성옥은 우리 모두가 미완성된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며, 다 큰 어른들처럼 보여도 누구나 그 안에 소년, 그리고 소녀가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에는 커다란 눈동자의 단발머리 소녀가 다양한 소재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작가의 연민의 대상일 수도 있고 감정을 대신하는 순수함의 상징일 수도 있다. 초기 작품에서 소녀를 중심으로 그림을 그렸다면, 최근에는 고양이와 벌과 같은 동물들이 작품에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작가는 ‘참선’ 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참선은 내면을 탐구하기 위한 수행이자 마음의 중심을 잡는 길인데, 박성옥에게 참선수행이란 얇은 선으로 빈 종이를 빼곡하게 채우는 것이다. 사고, 감정 이전에 감각을 다루는 이러한 작업방식을 통해 쉼 없이 그어진 선들은 서로 겹쳐지고 쌓여 시간의 탑이 되고, 이는 마치 흑백사진처럼 섬세하고 예민한 이미지가 되어 작품을 보는 관객을 매료시킨다. 거대한 사이즈의 작품들은 신성해 보이기까지 한다.
박성옥의 작품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검은색은 색 없는 색이면서 동시에 모든 색이기도 하다. 도가적 미의식에서 바라보자면 무위(無爲)의 의미를 가지는데, 노장은 이를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인위적인 행동에 의해 만들어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여기기도 했다. 작가 역시 작품제작에 있어 거대한 이유를 붙이거나 목적을 가지기 보다는 마음의 평화, 감정의 치유를 위한 진솔한 작업을 지향한다. 그렇기에 표현에 있어 강렬한 색이나 화려한 꾸밈 없이 담담하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신작들에서는 고양이가 이전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피안으로 향하거나 본인의 그림자를 마주보기도 하고, 때로는 소녀를 휘감기도 한다. 표정 없는 소녀는 아무런 동요 없이 그를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작품의 크기 또한 커졌다.
이번 <온기>전은 박성옥의 작품세계를 면밀히 들여다 볼 기회이다. 작품을 감상하며, 박성옥 작가가 만들어내는 담담한 미학을 알아가기를 바란다.

When drawing,
rather than putting in thoughts,
it feels like I am emptying out and heading for nothingness.
Sometimes, I am confused about why I am trying hard to go for nothingness,
but what is certain is that when drawing, my trivial thoughts disappear, and I feel refreshed.

– From the artist’s note of Sungok Park –

OKNP Busan is holding Sungok Park’s (1981~ ) solo exhibition “Warmth” from Dec. 28 to Jan. 21, presenting more than 30 new artworks. Sungok Park is an artist who is loved by many for her tightly drawn black pencil work.
Sungok Park believes that we all live with an incomplete heart and says that each one has a boy or a girl in their hearts, even though they look grown-up. In her work, a girl with big eyes and short hair repeatedly appears with various objects, which can be a subject of the artist’s empathy or a symbol of innocence replacing emotion. The artist focused on the girl in the early pieces, but recently, it drew attention to the appearance of animals, such as cats and bees.
The artist likes the word ‘Zen meditation’. Zen meditation is a practice to explore the inner self and center the mind. For Sungok Park, the practice of Zen meditation is filling up the blank paper with delicately thin lines. Through this working method of dealing with senses before thinking and emotion, the lines tirelessly drawn overlap each other and stack to become a tower of time. This becomes a delicate and sensitive image like a black and white photograph, attracting the audience. These works in huge sizes even look sacred in a way.
Black, which occupies most of Sungok Park’s works, is a color without color and, at the same time, is all colors. From the perspective of Taoist aesthetic consciousness, it means inaction, which Taoists also regarded as a solution to escape the suffering created by harmony between nature and humans and artificial behavior. The artist also aims for sincere works for peace of mind and healing emotions rather than attaching a fancy reason or having a purpose in producing the work. Therefore, it is calm without intense colors or fancy decorations in expression.
In this exhibition, cats occupy a more significant proportion of new works than earlier ones. The cats in the works aim for nirvana or face their shadows and sometimes wind around the girl. The expressionless girl naturally accepts it without any struggle. Also, the sizes of the works got bigger.
This exhibition, “Warmth,” is an opportunity to closely examine Sungok Park’s world of work. It is hoped the audiences will learn the aesthetics of calmness that Sungok Park creates, appreciating her ar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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